인쇄 기사스크랩 [제665호]2010-06-24 14:44

[기획연재]<38>광주 김치 대축제

지진호 ■건양대학교 교수

축제가 지역을 변화시킨다

<38>광주 김치 대축제

대한민국 김치의 세계화 위한 도약

광주 김치문화의 원조는 백제시대의 침채(沈菜·절인 김치)


‘천년의 맛, 김치’는 백제시대의 침채(沈菜, 절인 김치)가 원조로 알려져 있는데, 그 본향이 바로 남도다. 남도의 중심지는 광주요, 그래서 광주는 예로부터 미향(味鄕)이라 알려져 있다. ‘미향’은 한국 음식의 본산지요 맛의 고장이라는 의미로 남도의 음식을 칭찬하기 위해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도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광주가 이렇게 미향으로 알려진 것은 김치가 큰 몫을 하였다. 광주를 중심으로 하는 남도지역의 김치는 양념을 많이 해서 맵고 짠 편이지만, 찹쌀 풀을 양념에 섞어 걸쭉하게 하여 쉽게 쉬지 않고 저장성이 좋다. 다른 지방의 김치와 달리 양념과 멸치젓갈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젓갈을 사용하기 때문에 국물이 진하고 감칠맛이 난다.

또한 배추를 절일 때 서해안 염전에서 생산한 천일염의 간수를 빼고 사용하며 간을 약간 세게 하기 때문에 배추의 풀이 죽어 아삭한 맛이 덜하다. 여기에 멸치젓을 포함한 젓갈과 찹쌀 풀에 생 고추를 갈아서 만든 양념을 혼합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매운맛과 짠맛이 강한데 이 맛을 찹쌀 풀과 고추의 단맛이 감싸주어 생김치를 그대로 먹었을 때 발효된 김치 못지않게 맛이 좋다. 광주김치는 생김치로 즐겨 먹는 것과 양념에 거의 무채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 차이가 나며 오래 두고 먹는 묵은지는 부재료를 거의 넣지 않고 담는다. 이는 발효와 숙성 후 깊은 감칠맛을 주므로 타 지역의 김치와는 다르다.

김치,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

몇년 전 미국의 유력한 건강잡지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즐겨먹는 음식인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유수의 TV방송인 NBC에서는 노화를 막고 우아하게 나이 들게 하는 10대 비결의 하나로 ‘한국 김치를 먹어라’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방영한 바 있다. 세계가 바야흐로 한국의 김치를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슬로우 푸드(slow food) 열풍이 불면서 김치는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음식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 추어 정부 주도의 한식세계화 운동이 범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면서 김치는 이제 세계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발효식품이자 일상식품을 대표하는 김치의 오랜 전통과 깊은 맛이 앞으로 천년을 이어나갈 세계인의 음식으로 등장한 것이다. 천년의 삶과 어우러진 한국 음식문화의 정수로서의 김치는 전통 식재료와 조리법의 우수성을 대표하게 되었고, 김치산업 또한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 부상하게 됐다.

김치에 대한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김치의 문화적 접근과 김치산업 부흥을 통해 도시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매년 김치 축제가 미향 광주에서 개최되고 있다.

축제 통해 전통 김치 맛의 계승과 소비자 입맛에 맞는 맞춤형 김치의 개발

오늘날 김치가 한국문화의 중요 콘텐츠로 성장, 발전하기까지는 우리 선조들의 무궁한 지혜와 남도 특유의 천혜조건 그리고 최고 품질의 천일염과 젓갈 등이 큰 기여를 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개최되고 있는 광주 김치축제는 김치와 한국인의 삶과의 관계를 소재로 한 주제 퍼포먼스, 팔도 김치문화관, 김치 스토리텔링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김치가 한국의 전통문화, 생활문화, 식문화에 끼친 영향을 문화적으로 다양하게 표출하고 있다. 김치 축제를 통해 손맛이 좋은 기능인들이 새롭게 개발한 김치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건강에 좋은 소재를 이용한 기능성 김치나 어린이 입맛에 맞게 만든 김치 등 개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광주김치는 전통성을 계승하는 김치와 소비자의 입맛을 찾아가는 맞춤형 김치로 구별하여 발전되고 있다.

보통 김치는 그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 특산물, 해산물 및 첨가되는 부재료에 따라 맛이 다르고 김치의 색상과 김치의 숙성도도 달라지므로 예로부터 각 지역의 특징적인 김치 담그는 방법이 독특하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김치는 지역에 따른 특성이 뚜렷하며 계절에 따라 종류도 다양하다. 김치의 지역성이란 기본적으로 그 고장의 기온과 습도에 따라 소금의 농도와 젓갈의 분량이 다르다는 점에 있으며, 남도지방에서는 비교적 기온이 높아서 짜고 맵게 담가 변질이 잘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김치 축제는 남도김치의 이러한 역사성을 지켜 내는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김치축제는 우리문화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 전략의 핵심

광주 김치축제 추진위원회에서는 작년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공동으로 김치축제를 개최해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에 따라 뉴욕, LA, 북경, 파리, 독일에서까지 김치축제를 공동으로 개최하자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바야흐로 김치축제가 한국문화마케팅의 핵심으로 등장한 것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세방화(世方化, Glocalization)전략으로 김치축제가 톡톡히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2001년 국제식품 규격위원회(CODEX)는 일본의 기무치(Gimuchi)를 제치고 우리나라 김치(Kimchi)를 세계 표준식품규격으로 승인한 바 있지만 그 훨씬 전부터 광주는 김치축제를 해마다 개최해왔고, 김치축제는 대한민국 김치의 세계화 토대를 제공해 왔다.

더구나 올해는 세계김치연구소 광주 유치와 김치센터 완공 등 김치 종주도시 위상을 기반으로 김치 세계화, 김치 산업화를 위한 행사를 집중적으로 구성함으로써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문화축제로 성장하기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