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56호]2010-04-22 15:00

2010 여행업계 마케팅 현황

B2B와 B2C 사이에서 우리는 나아 간다!

여행사 마케팅 현황 및 추후 활동 방안 탐구|유용한 기업 마케팅 사례에서 배우는 전략

우리는 가히 마케팅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500ml 우유 하나를 출시해도 이를 판매하기 위해 개발비에 몇 배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이 책정되는 세상이다.

이미지 형성, 제품 장단점 홍보, TV 광고 집행 그리고 유통 과정에 있어 전반적인 관리까지 상품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여행업계의 경우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에 비해 초기 매듭이 더욱 꼬인 상태다. 구조적으로도 마케팅이란 단어를 쉽게 내뱉기란 어렵다. 피라미드의 상위 계층을 차지하는 대형 기업들에 비해 중간층을 형성하는 다수 업체들의 자본 구조와 경영 상황은 너무도 취약하다.

대대적인 마케팅이 모든 문제에 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면 적어도 매듭의 실마리는 풀 수 있다.

여행정보신문은 창간 13주년을 맞이하여 여행업계의 마케팅 현황과 문제점 등을 분석하는 특집 기사를 마련했다. 마케팅의 공식과 뜻을 풀이하는 대신 실질적인 사례를 통해 시장을 비교해 보고자 한다. 멈추지 마라,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중이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미스터 피자에서 배우는 마이크로타기팅

미스터 피자의 간판 메뉴는 수타 피자다. 수타 방식으로 기름기를 빼내 담백하고 무엇보다 다이어트에 적합하다. 미스터 피자는 다른 피자 회사들과 달리 수타 피자를 여자 피자라고 꼭 찍어 부르는 현실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했다. 시장의 볼륨으로 볼 때는 피자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반인 남성을 버리는 다소 위험한 시도다. 하지만 미스터 피자는 이러한 전략으로 최근 5년 연속 평균 20%가 넘는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2009년 9월 기준 국내 미스터 피자 매장은 총 362개다. 우리나라 여성의 대다수가 본인을 뚱뚱하다고 인식하며 다이어트에 항상 관심을 보이는 현상을 적절히 이용하고 매치시킨 것이다.

1990년대 불었던 해외여행 바람은 배낭여행 1세대와 수 많은 동남아 패키지를 창출했으나 영광은 실로 오래 가지 못했다. 1997년 IMF가 터지면서 그 당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온누리여행사, 씨에프랑스, 삼홍여행사 등이 차례로 문을 닫았으며 다수의 중견여행사들이 부도의 위기를 맞아 ‘한 지붕 네 가족’ 형태로 간신히 항공권만을 발권했다.

IMF로 인해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을 흡사 매국노로 비판하던 시절 당연히 여행시장은 힘을 잃었고 기득권과는 멀어졌다.

고난의 세월이 흐른 후 여행시장이 지금의 규모를 갖추고 조금이나마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계기는 역시 지난 2000년 11월 하나투어의 코스닥 상장이다. 하나투어 이후 2005년 7월 모두투어네트워크, 2005년 11월 자유투어가 코스닥에 입성했으며 뒤이어 2006년 롯데관광개발이 업계 최초로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본격적인 여행기업 시대가 열리게 된다. 주먹구구식 경영과 숫자 놀음에 빠져있던 여행사가 조직화되면서 체계적인 기업 운영과 업무 추진, 투자자를 위한 수익 창출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여행업계의 마케팅은 이처럼 몇몇 여행사들의 상장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물론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말까지 급속도로 발전한 온라인 시장의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배경이다.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인 프로세스는 ‘STP(Segementation-Targeting-Positioning)’다. 거대한 시장을 여러 가지 기준으로 쪼개어 그 중 하나의 목표 시장을 선정하고 해당 시장(소비자)의 인식 속에 브랜드의 차별화된 가치를 각인시키는 것.

미스터 피자의 사례처럼 뭉쳐진 시장을 여러 개로 쪼개고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타깃을 선정, 집중 공략한 뒤 효과를 얻는 것이다. 상장과 온라인의 발달이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 여행업계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타깃을 찾고 각 타깃에 맞는 상품 개발과 혜택 제공이라는 아이디어를 창출해냈다. 패키지여행을 넘어 소규모 그룹 여행의 개념이 생겨났고 허니문, 가족여행, 효도여행 등 타깃은 다양해졌다. 하지만 특정 타깃을 세분화하고 이들에게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대신 여행업계는 우선 여행사의 브랜드를 통합적으로 알리는 데 무게를 싣었다. 그 결과 하나투어, 모두투어네트워크 등의 이름은 알려졌지만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만을 지지하는 특정 세력과 맞춤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계층은 양산해내지 못했다.

 


엔터프라이즈렌터카에서 배우는 집중화의 힘

미국 렌터카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1등 브랜드는 대다수가 알고 있는 허츠가 아니라 지난 1957년 설립된 엔터프라이즈 렌터카이다.

후발 주자였던 엔터프라이즈가 오랜 시간 시장의 강자였던 허츠의 야성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바로 ‘집중화’다. 허츠의 경우 당시만 해도 미국의 모든 주에서 여행자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마케팅을 펼쳤다. 즉 여행자들의 주요 이동 경로인 공항을 중심으로 영업망을 구축했던 것. 하지만 엔터프라이즈는 생각을 전환, 주와 주 사이의 공항이 아닌 해당 지역 내에서 주로 사고나 차량 도난으로 렌터카를 찾는 고객을 타깃으로 선정하는 집중화 전략을 구사했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했다.

브랜드 인지도는 허츠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점차 지리적으로 먼 공항이 아닌 동네 혹은 사무실 근처에서 대여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엔터프라이즈=사고 및 도난 차량 혹은 고객 전문 렌터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엔터프라이즈 렌터카는 현재 전 세계 6,800개 지점과 85만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 만족도(JD Power and Associates)에서 여러 번 1위를 차지하는 등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다. 또한 200여개의 공항 지점을 포함하여 미국 전역에 24km마다 지점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폭 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과 규모 역시 전체 미국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 업계뿐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가장 효율적인 운영 전략으로 손에 꼽는 키워드이다. 잠재 가능성 높은 단 하나의 사업만을 선택, 이에 온 힘을 집중하여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는다. 사실상 가장 명료하고 쉬운 방법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기업들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우선 여행사가 판매하고 있는 상품의 수를 보자. 종합여행기업을 지향하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경우 중국 한 지역에서만 해도 수십 가지의 상품을 취급 및 판매하고 있다. 북경 2박3일, 상해 2박3일, 장가계 효도 여행, 황산 트레킹 등. 현실적으로 실무자 또한 전 상품을 외울 수가 없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삼성이나 LG처럼 여행업계의 대기업이기 때문에 동일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이 둘을 제외하고 난 나머지 여행사 가운데 과연 집중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여행사를 찾을 수 있을까?

단적인 예로 2010년 여행사들의 사업 계획과 목표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흐름만큼은 동일하다. 온라인, IT, 홈쇼핑, FIT 등 공략 대상과 판매 패턴이 비슷한 것이다. 한 여행사의 경우 공개한 사업 계획이 10개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렌터카 및 상용 집중을 선언했던 레드캡투어와 ‘B2X2C’를 선언했던 하나투어 외에는 대부분 공략 대상, 개발 상품, 홍보 소스 등이 비슷하다. 엔터프라이즈는 광범위한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던 허츠의 아성을 무너 뜨리기 위해 허츠와 반대되는 전략을 펼쳤다. 더욱이 사업 계획을 여러 줄기로 늘리는 대신 굵은 뿌리 하나를 키워냈다. 결과는 위에 언급한 그대로다.

여행업계의 경우 배낭여행 전문이라는 타이틀로 에어텔과 단기 배낭상품에 집중한 내일여행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고객들이 늘어 날 것이라는 점. 패키지 상품은 너무 많기 때문에 가격 외에는 차별성이 없다는 점. 이들에게는 여행 지도와 철도 패스 같은 아이템이 더 필요하다는 점. 흐름을 읽고 이에 맞는 고객과 상품에 집중한 내일여행의 지속 성장은 업계에서 많은 벤치마킹 사례를 낳았다. 반면 사업 초기 일본전문여행이라는 집중화 전략으로 성공을 낳았던 여행박사가 수익과 볼륨 확대를 목적으로 기업 합병과 패키지 전환을 시도한 결과는 여행업계가 모두 알듯이 참담했다.

젊은이들의 선택 펩시, 대안의 법칙

코카콜라는 100년의 역사를 지닌 제품이다. 애틀랜타에 소재한 코카콜라 본사의 비밀 금고 속에 보관돼 있는 코크의 비밀 제조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는다. 코카콜라의 오랜 역사와 신비에 대적한 이는 바로 펩시콜라다. 펩시콜라는 힘의 구도를 뒤집었다. 시장 리더인 코카콜라에 대적해 1위 제품의 대안 모델로 성장한 것이다. 대부분 너무도 많은 2위 후보 브랜드들이 리더를 모방하려고만 한다. 모방이 아니라 리더의 대안이 돼야 하는 것이다.

실무진들은 여행사 마케팅이 좀처럼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를 시장의 양극화에서 찾는다. 특정 기업을 비판할 수는 없지만 상위 기업의 독주에 대응할 힘을 키우지 못하는 것이다. 흔히 많은 오너들이 마케팅 자체를 대단한 비용 투자 혹은 경쟁자와 싸워 이겨야 하는 게임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글에서 밝힌 것처럼 내일여행이나 여행박사는 해외여행 송출 실적이나 자금 면에서 대형 여행사를 완벽히 쓰러뜨리지는 못했지만 나름의 수익과 인지도를 얻으며 고유한 정체성과 색깔을 만들어냈다.

코카콜라를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를 2위 브랜드이자 대안으로 키워낸 펩시의 사례처럼 1위 기업의 독점에 대응하고 싶다면 변화가 필요하다.

업계의 사례를 보자. 하나투어의 대안이 모두투어인가? 자유투어와 롯데관광개발, 한진관광이 모두투어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답은 나와 있다. 이들 모두는 동일하다. 반대의 전략이 아니라 모방의 전략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셈이다.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가 매달 제공하는 여행사 통계자료에서 송출, 항공권 판매 실적 등의 1위를 달리는 업체는 몇 년째 하나투어다. 변화가 없다. 소비자 입장으로서는 어차피 똑같은 사탕이라면 사람이 많고 유명한 가게에서 구매할 것이다.

1위 업체에 실망한 고객이 있다는 가정 아래, 그들을 끌어 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때는 1위 기업과 동일한 상품 혹은 서비스에서 벗어나 1위 기업과 분명히 다른 대안, 다른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겉모습 같다고 포기하지 말라. 속은 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