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42호]2010-01-14 14:29

[포커스] 저비용항공사의 새로운 도전

LCC항공업계 주도 현상, 올해도 반복될까?

가격 경쟁 점입가경, 1만원짜리 항공권 봇물

시장 정상화 위해 본래 ‘취지’는 잊지 말아야

<편집자 주>지난 2009년 항공 시장의 다양한 모습 중 유독 눈에 띄는 특징은 국제선으로 운항 노선을 확대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치열한 경쟁이었다. 양 민항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제주노선의 확장을 시작으로 다수의 LCC 업체들이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근거리 위주의 국제선 취항을 속속 발표하고 실현했다.

이는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고 시장을 확대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가격 경쟁을 통한 시장 혼탁이나 과당 경쟁은 여러모로 걱정이 앞서는 부분이다.

여행 시장이 회복되고 대형 항공사들의 고객 유치 전략이 점차 확대되는 올해에도 과연 작년과 같은 LCC업체들의 역할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국내 LCC업체들의 국제선 진출 및 이용 실적과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전망하는 포커스 기사를 총 2회에 걸쳐 연재한다.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너도 나도 모두 ‘국제선’에서 만나자

지난 2009년 항공시장은 치솟는 유가와 환율, 신종플루 등으로 인해 고객이 감소해 매 시기마다 고비를 넘긴 항공사들이 많았다. 지속된 경기 침체에 기본 수요인 상용 고객군마저 대폭 감소하면서 파산 위기까지 몰린 글로벌 항공사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작년 한 해가 얼마나 가파른 고개였는지를 실감케 한다.

이 가운데 2009년 항공업계의 유일한 호재는 저비용항공사들의 끊임없는 시장 진출과 국제선 취항으로 요약된다.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다수의 저비용항공사들이 근거리인 중국과 일본을 넘어 동남아까지 하늘 길을 확대하며 예상하지 않았던 활력을 불어 넣었다.

제주항공(사장 김종철)은 2009년 3월20일, 오사카와 기타규슈 등 일본 2개 도시에 첫 정규편을 동시 취항하며 국제선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4월10일부터 인천-방콕 노선에 주 2회 정기편을 취항했으며 11월27일 김포-오사카 노선에 신규 취항하는 등 1년 동안 3개 국제선 취항이라는 결실을 일궈냈다. 제주항공의 경우 제주 노선 취항부터 비교적 탄탄하게 국제선 진출을 시도한 항공사로 지금은 부도 처리된 한성항공, 영남항공 등과 함께 1세대 LCC항공사로 꼽히며 지금껏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2세대 LCC업계의 대표 주자인 진에어(대표 김재건)는 지난 12월21일 태국 방콕 취항을 계기로 국제선 진출을 가시화했다. 진에어는 인천-방콕 노선에 180석규모의 최첨단 항공기 B737-800 기종을 투입해 매일 운항하고 있으며 경쟁사와 달리 매일 오전 9시20분 출발이라는 차별화된 스케줄로 고객 유치에 주력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필리핀 클락 부정기편을 운항하는 등 근거리 관광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진에어는 방콕 취항을 필두로 올 한해 마카오, 오사카, 중국 위해, 괌 등에 항공기를 띄우겠다는 입장이어서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진에어의 경우 모기업인 대한항공의 명성에 힘입어 시장 진입에서는 이미 합격점을 받은 상태. 한성항공이나 영남에어 등의 1세대 LCC들이 취약한 자본구조로 날개를 접었다는 점을 살펴볼 때 진에어의 성장 가능성은 어떤 LCC보다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끝으로 이스타항공(대표이사 양해구)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27일, 31일과 올해 1월3일, 7일 등 총 5회 인천-말레이시아 쿠칭 간 전세기를 운항했다. 더불어 오는 15일부터 3박4일 패턴으로 인천-북해도 노선에 총 15회 전세기 운항을 앞두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경우 오는 3월까지는 국제선 노선에 1대의 항공기를 투입해 전세기편 위주로 운항한 뒤 추가로 도입되는 항공기를 확보해 다양한 국제노선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사업 초기부터 후발주자라는 약점이 단점으로 꾸준히 지적된만큼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각종 업체와의 제휴 확대를 통해 잠재 고객 확보 및 인지도를 높인 사례. 실제 중앙대학교, 상명대학교 등 각 대학과의 산학 협력은 물론 제주 올레, 제주 러브랜드 등 지자체와의 공동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쳤다.


▲기내 서비스 탁월, 정말 LCC인가요?

명실 공히 ‘제3민항’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제주항공은 지난해 9월 탑승객 300만명을 돌파했다. 제주항공은 취항 이후 1년5개월 만인 2007년 11월, 탑승객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다시 1년1개월 만인 2008년 12월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이용객수가 급성장하는 추세다.

진에어는 국제선 진출을 계기로 매출액이 큰 폭으로 늘면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천억원을 넘어서고 출범 3년 만에 영업흑자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에어의 경우 대한항공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 탓에 기내 서비스의 품질이 상상외로 뛰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진에어는 태국 국제선 취항과 함께 화장품, 향수, 전자제품, 건강식품 등 약 60여종의 기내 면세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와 함께 3시간 이상의 운항 노선에는 지라시스시(초밥류의 일본식 덮밥)와 샐러드 등의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LCC는 대형 항공사들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항공사 혹은 항공운송사업을 뜻하는 단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진정한 LCC를 찾아보기란 어려운 상태다. 기내식 및 스낵의 유료화, 기종 단순화를 통한 유지비용 절감, 일체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전무 등을 내세우는 LCC의 특징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도입되지 않고 한국식으로 변모한 데 따른 결과다. 가장 효율적인 운영과 최대한의 원가 절감 그리고 수익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업 모델인 LCC는 국내에서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을 구매하고도 최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신기한 사업 모델로 진화하는 중이다.

※포커스는 격주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