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36호]2009-11-27 12:32

[특별기고] 우경식 신구대학 관광영어과 교수

대학생과 배낭여행

‘여행은 대화의 시간, 성숙한 발전 가져와’

벌써 계절은 하얀 겨울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생들에게는 곧 긴 겨울방학이 다가온다.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방학은 주어지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개 학생들은 방학을 통해 독서, 공부, 운동, 취미활동이나 봉사활동 등에 집중한다. 혹자는 여행을 통해 부족했던 자기 계발 또는 휴식이나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거나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중에서도 아마 많은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오늘날처럼 글로벌이 화두가 된 시대에는 누구나 한번쯤 해외 배낭여행을 꿈꾸고 있을 것 같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이후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이 유행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배낭 여행객수는 약 20∼30만명으로, 90년대 말에 비하여 10배 이상 증가, 대학생 10명중 1명은 배낭여행객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배낭여행의 형식과 내용도 많이 진화했다. 첫째는 일반적인 관광 패키지여행에서 학생들의 전공과 연계된 테마배낭 여행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한다. 테마 배낭여행이란 예를 들어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유럽의 식도락 여행, 문화인류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중동지방의 문화기행과 같은 테마여행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의 습득이 가능하고, 배낭 여행객의 체험이 지난 10여년간 축척되면서 여행문화가 많이 성숙해졌다. 그래서 여행목적지가 지역적으로 과거에는 소외됐던 남미나 아프리카, 중동지역까지 확대되고 특히 오지탐험이나 독특한 문화탐방을 기획하고 떠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이렇게 대학생들의 여행패턴이 변화하는 이유는 아마도 일반적인 관광성 배낭여행보다 테마와 도전이 있는 배낭여행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학생들의 여행 목적에 부합,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만큼 성과를 분명히 하려는 요즘 대학생들의 성향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일반적으로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성찰의 기회이며, 여행 도중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풍경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우는 교육의 기회이다. 또한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그 동안 일상에서 피곤해진 심신을 다시 회복하는 건강의 기회이기도 하다.

해외배낭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가 하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낭여행의 코스로 최근에 한국에서 주목을 받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이다. 이 길은 2000여년전 예수님의 제자들이 스승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떠난 약 800km 거리의 순례자의 길로 프랑스 남부에서 시작하여 목적지는 스페인 서북부의 산티아고 대성당까지의 도보 순례를 뜻한다. 이 코스는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하여 일 년 내내 전 세계에서 온 많은 사람들이 국적, 나이, 성별, 서로 다른 문화를 초월하여 함께 걷는다. 특별한 규칙이 없는 이 도보여행은 형식과 내용은 모두 자유롭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약 한 달간의 긴 여정이 끝나고 대성당에서 함께 미사를 마치면 많은 여행객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아마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격려와 감사의 의미가 아닐까?

여행은 대화의 시간이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서 많은 대화를 한다. 타인과의 대화, 자연과의 대화 또 자신과의 대화, 바로 그런 대화와 소통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그래서 여행하는 모습은 바로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얘기해 준다고 한다.

끝으로 배낭여행 십계명을 소개하며 이번 여름방학에는 많은 학생들이 좋은 여행을 통해 심신이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캠퍼스에 돌아와 반갑게 재회하기를 바란다.

[배낭여행 십계명]

1. 여행준비는 길수록 좋고 짐은 작을수록 좋다.

2. 최상의 가이드북은 책이 아니라 상식이다.

3. 돈의 힘이 아닌 자신의 의지로 여행하라.

3. 힘들 때면 ‘내 평생중의 한 달’ 이라고 생각하라.

4. 일정표는 다시 짤 수 있다.

5.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도와준다.

6. 테마를 생각하되 너무 많은 테마를 정하지 말라.

7. 현지인과 동화되고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갖지 마라.

8. 의식주에서 쉽게 그들의 문화를 체험해 본다.

9. 환경을 생각해라.

10. 여행은 세 번하는 것이다(가기 전에 한번, 가서 한 번, 다녀온 후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