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36호]2009-11-27 12:01

축제가 지역을 변화시킨다-<11>안동 탈춤 페스티벌

신명나게 즐기는 축제 한마당

현대인과 함께 뒹구는 놀이 한마당

안동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그 도시에서 피어난 안동 문화는 시대별로 편중되지 않고, 종교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로 오늘날에도 비교적 온전히 전승되어 오고 있다. 그래서 안동은 한국인의 가치 지향적 철학을 반영한 동양의 미학을 잘 간직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무형문화재도 많아 남성 대동놀이인 차전놀이, 여성 대동놀이인 놋다리밟기, 화전싸움, 저전논메기 소리, 내방가사, 행상소리 등이 전승되어 오고 있다.

이러한 안동문화는 동양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운데 안동다운 특징을 보여주는 수준 높은 지향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적 자산이 탈춤페스티벌을 가능하게 하는 배경이 된 것이다.

즉 문화유산의 가치 속에서 정적인 마음의 고요함을 배우고, 탈춤이 가진 신명을 통해 동적인 발산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탈춤축제는 안동문화를 답사하는 것과 축제의 신명을 함께 하는 것이 태극처럼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다.

축제가 탈 일상의 전형적인 현대 공공의식이라면 탈춤은 과거 견고한 신분제의 틀 속에서 유일하게 허용된 자유 시·공간으로 해학과 풍자가 그 통풍구가 되었다. 그래서 안동 탈춤축제는 한국의 선비문화와 서민문화가 축제라는 용광로 속에서 현대인과 함께 뒹구는 놀이마당이 되고 있다. 이제 신분과 시대를 초월한 한국인의 의식이 탈춤이라는 형식을 통해 세계로 비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축제,  ‘안동 탈춤 페스티벌’

2008년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은 우수한 문화자원을 통한 문화교류로 세계로 도약하는 축제, 시민과 관람객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축제, 전통과 현대, 인간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문화축제,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느끼는 문화관광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

안동 탈춤축제는 1997년 안동 국제탈춤 페스티벌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소박하게 출발하였으며 이듬해에 ‘집중 육성축제’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고, 2000년에는 한국방문의 해 15대 특별이벤트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 같은 축제의 급성장 배경에는 탈 춤 속에 숨겨진 한국인의 신명과 그동안 축적되어 온 안동의 문화적 자신감이 바탕이 되었다. 그 후에도 안동 탈춤축제는 숨 가쁘게 성장하여 2001년 제3회 한국 관광대상 우수상 수상에 이어 2002년 문화관광부 선정 전국 최우수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었다.

특히 이때부터 재단법인 안동 축제관광조직위원회를 설립하여 민간인이 축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축제 경영을 전담함으로써 명실상부한 민간 주도형 축제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08년에는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우리나라의 1,300여개의 축제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로 선정되는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올해는 아쉽게도 신종플루로 인해 축제가 열리지 못하고 말았다.

하회마을의 탈춤에 외국인들도 어깨를 들썩

안동 탈춤페스티벌에는 다양한 탈춤 한마당이 펼쳐지는데 특히 국외 15개국에서 온 전통탈춤 공연과 국내 45개 팀의 전통탈춤 공연은 단연 수준 높은 공연문화의 진수로 정평이 나 있다. 마스크 댄스경연대회나 나의 탈 나의 마스크 경연대회 등 현대탈춤도 동시대인이 즐길 수 있는 한마당이 되고 있다.

또한 안동 탈춤 축제에서는 안동민속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차전놀이를 비롯하여 놋다리밟기, 저전농요, 풍물 경연대회 등을 만끽할 수 있다.

하회마을에서는 옛 선비들의 풍류인 선유줄불놀이를 비롯하여 탈춤·국악공연 등을 즐길 수 있다. 이밖에도 도산서원의 도산별시와 관광객들이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탈춤 따라 배우기, 탈 만들기를 비롯하여 장승깎기, 한지공예품 만들기, 전통혼례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2008년 안동 탈춤 페스티벌에 참가한 관광객은 105만명을 기록하였고 이중 외국인 관광객은 3만명이었던 것으로 집계되었다.

신명나는 탈춤 자체가 안동 탈춤 축제의 저력이자 본질

세계의 보편적인 문화인 탈은 익명성을 가진다. 전통 사회 우리 조상들은 탈을 통해 사회를 풍자하고 웃음을 전달하며 신명을 풀어냈다. 이러한 익명성은 비단 우리나라 탈춤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탈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때문에 탈을 쓰면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삶을 만나게 된다. 이러한 익명성은 자유와 신명이라는 순기능을 통해 축제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며 탈을 쓰고 축제의 세계로 들어 온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안동 탈춤페스티벌은 지쳐 있는 현대인들에게 ‘탈’이라는 신명의 문화적 요소를 통해 즐겁고 신명나며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을 선물하고 있다. 축제를 통해 전통과 현대가 만나고 동양과 서양을 이으며 세계인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인류사회의 해방구였던 축제에서 인간은 탈을 쓰는 순간 본래의 본성을 통하여 새로운 존재적 즐거움을 추구하였다. 이를 통해 진정한 카오스(Chaos)를 경험할 수 있고 사회적 거짓을 타파하고 진실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던 그 때처럼 안동 탈춤페스티벌은 새로운 삶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창조적 난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것이 안동 탈춤 축제의 저력이자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