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33호]2009-11-06 14:00

축제가 지역을 변화시킨다<8>강진 청자 축제

지진호 ■건양대학교 교수

청자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재현하다

전국 국보급 청자의 85%를 빚어낸 청자의 고장, 전남 강진

전남 강진은 9~14세기까지 600여년간 당시 세계 최고·최첨단의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명품 중의 명품이라 할 수 있는 고려청자를 집단적으로 생산했던 곳으로, 전국에서 발견된 400여기의 청자 가마터 중 200여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우리나라 국보·보물급의 청자 85%가 강진에서 생산된 것이고, 일본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주요 박물관에 전시되어 강진청자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청자는 11세기경부터 고려인의 독창적인 양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여 12세기에는 고려청자만의 독특한 천상의 색인 비색(翡色)을 빚어내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도자기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인들마저도 고려청자를 천하명물이자 명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강진군에서는 천년 전 선열들의 이러한 숭고한 예술혼을 계승·발전시키고, 600여년 동안 단절되었던 청자의 신비한 아름다움을 재현하기 위해 기존의 금릉문화제를 1996년부터 강진청자 문화제로 개칭하여 개최해오다가 글로벌 축제를 지향해야 한다는 군민들의 의견에 따라 올해부터 강진 청자축제로 다시 그 명칭을 변경하여 개최했다.

오감만족 체험프로그램, 과거로의 여행 등 볼거리 풍부

강진 청자축제에서는 상설 물레체험, 청자도판찍기 체험, 청자빚기 체험, 청자파편 모자이크체험, 고려청자 탁본체험, 강진청자 타임캡슐, 나만의 풍경 만들기, 청자 볼링핀 깨뜨리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또한 행사장 주변 해안가에는 임진왜란 당시 고려청자를 수탈하기 위해 침투하는 왜군을 수백여개의 허수아비를 의병으로 위장하여 승전을 올렸던 염걸장군 허수아비 격전장을 재현한 400여개의 허수아비 장수들이 놓여 있어 역사적 사건을 배울 수 있는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축제장에서는 고려왕실 행차 퍼레이드 등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의 여행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고려시대에 청자를 싣고 개경까지 운송했던 뱃길 재현을 통하여 강진이 고려청자의 본향임을 국내외에 알리고, 축제기간 동안 인근의 마량항에 배를 정박시켜 관광객들이 승선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강진 청자축제는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는 살아 숨 쉬는 문화가 가득 찬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오감(五感)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8년 연속 최우수 문화관광축제의 저력으로 청자 엑스포 개최 예정

올해로 37회째인 강진 청자축제는 2002년부터 8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와 185만 네티즌들이 뽑은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전국적인 축제로 성장했다.

특히 2006년부터는 프랑스, 일본, 미국 등 해외 청자전시회를 통한 고려청자에 대한 독창성·우수성을 입증하여 높은 호응을 얻었다. 강진군에서는 축제를 통해 강진 청자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감에 따라 청자 관련시설과 청자특구조성계획 등을 연계하여 2012년에는 청자엑스포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강진 청자축제를 국제적인 행사로 격상시켜 청자의 산업화, 세계화를 위해 이에 따른 기반시설을(대구 도요지관광지 조성사업, 청자촌 확장 조성 사업, 청자도시이미지 구축 및 지원사업, 청자 체험·교육 및 관광·홍보사업 등)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청자 관련시설인 청자박물관, 도예문화원, 청자촌 등을 연계하여 국내 청자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1년까지 총 509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대구면 사당리 일원의 30만56㎡ 부지를 개발한 고려청자문화 특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이 완료되면 2011년의 청자특구의 관광객 수요는 230만명으로 추정되며, 청자빚기 체험, 청자 판매, 청자문화재 등을 통한 직·간접수입은 총 442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세계로 뻗어가는 강진 청자 축제 지향할 것

강진군에서는 2006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시를 시작으로 2009년 유럽 6개국 순회전을 여는 등 해외전시를 통해 강진청자를 널리 알리고 있다. 2007년에는 일본의 6개 도시의 순회전시회를 개최하여 7천여명의 관광객을 유치했고 2천여만원의 판매수익을 올렸다.

또한 2008년 미국 순회전에서는 국보재현 대표작품들과 서양의 디자인 감각을 접목시킨 현대작품 등을 전시하여 미국인들에게 강진 청자의 존재를 알리는 계기로 활용하였다.

올해는 청자축제를 맞아 폐교로 방치된 대구면 저두분교를 매입하여 숙소와 전시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도예작가들을 양성하는 강진 도예학교를 열었다. 강진 도예학교는 총 10억원을 투입하여 강진 청자박물관 내 개설돼 있는 강진 도예연구소에서 운영한다.

앞으로 강진 도예학교가 앞장서 국내의 유명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방학 기간에는 청소년과 가족 단위 체험관광객을 위한 특별 교실을 마련하는 등 인근에 위치한 강진만 갯벌 체험장과 고려청자 박물관, 마량항 등 강진의 문화·관광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을 활성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청자 축제가 강진 땅에 묻혀 있던 고려청자 천년의 깊은 잠을 깨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