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32호]2009-10-30 13:30

[현지취재] 괌(上) 열정으로 똘똘 뭉친 현장 속으로

글 싣는 순서

●괌<上> 열정으로 똘똘 뭉친 축제의 현장 속으로

괌<下> 내 집 같은 편안함을 간직한 괌


괌은 우리나라의 거제도보다 작은 크기라고 했다. 하지만 수많은 일본인들이 이곳을 다녀가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인들도 수없이 이곳을 여행한다.

괌에 도착했을 당시 운 좋게도 괌곳곳에서 ‘마이크로네시아 아일랜드 페어’라는 지역 축제가 한창이었다. 어쩌면 축제의 현장에서 그들이 내뿜던 열정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괌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기자는 지난 10월16일부터 18일까지 펼쳐지던 그들의 꿈틀거리는 열정의 기록을 얘기하고자 한다. 너무 소박해서, 아름다웠던 그 때 그 기억의 현장.

괌=신선해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괌정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65-6161/www.welcometoguam.co.kr


▲신나는 축제 한 마당, ‘마이크로네시아 축제’

중고등학교 역사 책 속에서 본 듯한 마이크로네시아 축제는 괌을 포함해 노던 마리아나 아일랜드(사이판, 로타, 티니안)와 팔라우, 마샬 제도 등이 참가하는 괌의 가장 큰 문화 이벤트이다.

축제는 3일 동안 진행되며 원주민의 공연, 아기자기한 수공예품, 전통 예술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현지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벌써 22년째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네시아 축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마어마하게 큰 대형 축제는 아니다. 소박하기 때문에 더욱 정감이 가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축제이다. 그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전통적인 기법으로 만든 수공예품이 그렇고 독특한 향을 가진 전통 음식이 그렇다. 때문에 이곳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큰 볼거리가 없어도 축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날씨가 좋았으면 더 좋았을 법했다. 축제의 첫 날은 비가 내렸고 둘째 날도 날씨가 흐렸다. 마지막 날은 새벽에 비가 내리더니 마라톤 대회가 시작하자 비가 그치고 쨍쨍한 해가 보였다. 역시 축제라는 것은 날씨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면서 이들의 축제가 절대 그들만의 행사로 전락해 버리지 않기를, 오랫동안 이들의 축제를 감상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열정의 기록을 남기다 ‘코코로드 마라톤 대회’

마이크로네시아 축제의 마지막 날 ‘코코로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동이 채 뜨기도 전인 새벽 4시 반부터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몰려 들었다. 성별, 인종, 국적, 나이에 상관없이 그들은 자신들의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기 위해 이 대회에 참여한 듯 보였다. 출발 시간이 다가오자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준비 운동을 하며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들의 마음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코코로드 마라톤대회는 괌의 희귀종인 코코새를 보호하기 위한 기금을 만들기 위해 진행되어 온 행사로 이번이 총 4회째. 올해는 특히 1천명이 넘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참가해 자신들의 기량을 실험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물론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많은 상금을 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대회는 뭔가 특별해 보였다. 상금이 걸린 대회도 아니고 그렇다고 프로들이 뛰는 대회도 아니었기 때문에 선수들은 어떤 대회보다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 사회자의 5,4,3,2,1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선수들은 번개같이 출발선을 뛰어 나갔다. 그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가졌던 목표 역시 ‘땅’ 하는 출발 소리와 함께 기록되고 있는 현장이었다.

아침 해가 붉은 색을 하늘에 장식하면서 결승 지점은 우승자를 맞기 위한 준비로 분주해졌다. 오전 7시10분쯤 되자 일본인 선수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한명, 두 명 차례대로 들어오면서 그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기쁨의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그들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짠해졌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끊임없이 열정의 기록을 세우는 그들이 매우 부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