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29호]2009-10-09 13:40

[현지취재] 독일 (上) 독일 과거와 현재의 공존 ‘드레스덴’

글 싣는 순서

●독일<上> 독일 과거와 현재의 공존 ‘드레스덴’

독일<中> 동화 속 마을 ‘라이프찌히’

독일<下> 웰빙 관광지의 모든 것 ‘뒤셀도르프’



 

찬란한 궁정 시대의 흔적을 쫓다

‘Now in Dresden’

오는 2010년은 천재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 지휘자 등으로 명성을 날렸던 독일 음악가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이 탄생 2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이와 관련 독일 전역에서는 슈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들과 이벤트들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그의 역사적인 명성과 결실을 알리기 위한 각종 음악회 및 퍼포먼스도 조금씩 실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8일부터 14일까지 꼭 7일간 진행된 이 여행기는 슈만 탄생 200주년에 앞서 그를 미리 만나고자 했던 욕망이며, 슈만이 직접 거주하고 사랑했던 도시(드레스덴-라이프찌히-뒤셀도르프)들에 대한 애정 가득한 회고담이다.

독일 드레스덴=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독일관광청 02)773-6430/www.germany-tourism.de

드레스덴 관광청 www.dresden.de

핀에어 02)730-0067/www.finnair.co.kr


◆슈만이 사랑한 여인, 클라라

 

1810년 6월8일 독일에서 태어나 1856년 7월29일 생을 마감한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은 작곡, 피아노, 합창단 지휘자 등 독일 음악계의 숨은 거장으로 든든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슈만이 음악을 만들고 작품 활동을 펼쳤던 드레스덴, 라이프찌히, 뒤세도르프 등은 슈만 탄생 200주년과 함께 독일 내 새로운 관광목적지로 부각되고 있다.

슈만은 여느 예술가가 그렇듯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 유수의 작품을 남겼지만 9살 어린 부인과 사랑에 빠져 그의 아버지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말년에는 정신병과 매독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고통 받다 쓸쓸히 사망하는 등 얄궂은 운명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질병으로 심신이 쇠약해져 직접 연주를 하거나 지휘를 할 수 없었던 노년의 슈만 대신 그의 아내이자 연인인 클라라 슈만(Schumann)이 그의 작품들을 피아노 연주로 세상에 알렸으며, 슈만과 클라라의 이 같은 순애보는 추후 영화로도 제작되는 등, 독일을 넘어 지금껏 유럽 전역에 아름다운 스토리로 남아 있다.

◆슈만이 사랑한 도시, 드레스덴

독일 동쪽에 위치한 엘베강(江) 연안의 마이센과 피르나의 중간, 베를린 남쪽 약 189km 지점에 위치한 드레스덴은 ‘엘베강의 피렌체’라 불리는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도시가 나뉘어 있으며 바로크 양식의 웅장한 건축물과 궁전, 미술관, 왕궁, 박물관 등의 다양한 볼거리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바로 밑에 위치한 라이프찌히가 크리스마스 마켓과 아기자기한 상점들로 동화 속 유럽 마을에 대한 동경을 자극한다면 드레스덴은 보다 화려한 매력이 돋보이는 도시다.

배낭여행자라면 누구나 독일을 넘어 기차를 타고 체코로 이동하는 패턴을 이용해봤을 터. 사실 드레스덴은 체류하는 여행지가 아니라 체코나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 전 잠시 머무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티 투어와 외곽 투어를 결합하면 2박 이상도 가능하다. 드레스덴 관광은 대부분 노이마르크트(Neumarkt) 광장에서 시작, 성모교회를 비롯한 건축물과 각종 숍들을 직접 탐방한 후 양 길가에 자리한 수많은 레스토랑과 펍에서 간단한 맥주 한잔과 음식을 먹는 일정으로 시작된다. 이어 레스토랑 거리를 지나 테라스로 올라간 다음 반대편으로 발을 옮기면 1800년대 독일의 고전적인 과거가 눈앞에 펼쳐진다.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과거를 복원하는 도시

과거 동독 정권의 강한 압력 아래 공산 진영에 속했던 혹독한 시기를 겪은 탓인지 아직도 드레스덴 곳곳에는 동독 시절의 잔재가 남아 있다. 정해진 일정을 취소하거나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을 싫어하는 특성 또한 그들만의 특징이다.

드레스덴은 작센 왕조의 예술적이고 사치스러웠던 수도로써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왕조의 역사와 삶을 반영하듯 구시가지 곳곳을 채우고 있는 교회와 궁정 시대의 건축물은 그 옛날 번영했던 왕조의 삶을 표현하는 제일 큰 장치다. 욕심이 많았던 것으로 유명한 작센의 지배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Friedlich August I, 1750-1827)는 실로 후세를 위한(그렇다고 믿고 싶은) 많은 자원을 남겼다. 보물 저장고 녹색의 둥근 천장(Grunes Gewolbe)를 비롯해,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젬퍼 오페라, 레지덴츠 궁전, 츠빙거 궁전 등이 모두 가까운 곳에 촘촘히 위치해 있어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젬퍼 오페라의 경우 지금도 다양한 오페라와 콘서트가 수시로 열려 음악 강국 독일의 자부심을 은연중에 드러내며, 츠빙거 궁전은 비교적 작은 규모 안에 여러 조각상이 들어서있고 바로 밑 정원에는 호수가 마련돼 있어 지친 심신에 휴식을 선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 대전 때인 1945년 2월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심부가 처절하게 파괴되고 10만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초유의 슬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세계대전 이후 90년대 초반부터 폭격으로 폐허가 돼 버린 도시를 복원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이어졌고 현재도 그 노력은 지속되는 중. 때문에 구시가지 곳곳에서 아직도 공사 중인 건물을 만나는 일이 잦다. 실제 성모교회 또한 전쟁의 피해로 불에 타버렸지만 성금 모원 등의 노력으로 지난 2006년 재개장했다.

미래를 위해 예전 과거 시대의 낡은 흔적을 고스란히 복원하고 마는 고집스러운 도시. 화려하고 웅장한 작센 왕조의 역사를 기만하지 않는 도시. 찬란하지만 묘한 슬픔이 느껴졌던 옛 도시의 피폐한 사진에 자꾸만 눈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