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608호]2009-04-24 14:22

[현지취재] 경상북도 김천시

오감의 기쁨이 가득한 여행

역사와 체험의 고장 김천

맛·체험·배움·자연이 풍성한 여행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 남한 위에 가로선과 세로선을 그어 만나는 곳, 이곳에 경상북도 김천이 자리한다. 총 인구 13만8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김천시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원처럼 꾸며져 깨끗하게 정돈된 풍경이 매력적이다. 황악산 자락에 자리해 봄이면 꽃으로, 가을이면 단풍으로 절경을 이루는 직지사는 김천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 주말이면 직지사로 향하는 진입로는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하지만 김천여행에 있어 직지사 이외에도 숨겨진 보물들이 수두룩하다. 비구니 스님들의 도량인 청암사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농장들이 그것이다. 더불어 김천시민들의 쉼터인 직지문화공원을 즐기는 것도 잊지 말자. 특히 김천여행은 빌딩숲에 갇혀 지내는 자녀들이 역사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경상북도 김천시=이창곤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솔항공여행사 1688-3372 / www.soltour.co.kr

딸기 따는 고사리손

김천은 양파와 자두 생산지로 유명하다. 또한 곳곳에서 운영되는 농장에서 제철 맞은 과일 등의 작물을 손수 수확하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4월에는 딸기가 한 창인데 하우스에서 직접 딸기를 따보는 체험은 아이들에게 놀랍고 신나는 놀이다. 물론 어른들에게도 추억을 선물한다. 특히 김천의 동명농장은 무농약 재배를 원칙으로 딸기를 키워 그 자리에서 딴 딸기를 바로 먹을 수 있다. 하우스 안에서 딴 딸기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집으로 가져 갈 수 있는 양은 1인당 1팩씩. 이미 한 차례 수확이 끝난 듯 딸기가 주렁주렁 열린 모습은 볼 수 없지만 아직 남아 있는 딸기를 따는 재미도 쏠쏠하다. 일행은 1인당 플라스틱 포장용기 1개씩 들고 하우스 안으로 돌진했다. 아이들은 생전 처음 보는 딸기 하우스에 한 번, 그 속에 열린 딸기에 또 한 번 놀란다. 마지막으로 고사리손으로 직접 수확해 그 자리에서 맛보는 무농약 딸기의 달콤함에 한 번 더 놀란다. 봄이지만 하우스 안은 후텁지근했다. 하지만 어른 아이할 것 없이 흐르는 땀은 아랑곳 않고 딸기 따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1시간 남짓한 딸기 따기 체험. 여행일정으로써 관광객을 맞기에는 그 시설과 프로그램이 다소 보완될 필요는 있지만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이어 찾은 배 농장은 말 그대로 배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수확 철이 아닌 탓에 배는 볼 수 없었지만 배꽃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은 배 못지않게 달콤했다. 이 곳 역시 무농약 재배를 원칙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직 완전 무농약 재배는 아지만 농장 곳곳에 자라난 쑥을 캐 먹어도 될 만큼 친환경적인 농장 운영을 자랑한다. 배꽃으로 만들어진 터널 속에서 추억을 담는 가족들로 과수원 곳곳은 배꽃과 더불어 웃음꽃이 만발했다.

이밖에도 김천에서는 5월에는 감자, 6월에는 매실과 자두, 7월에는 포도, 8월에는 복숭아, 10월에는 사과 등을 수확하는 체험이 가능하다.

대표 명소 직지사 숨은 명소 청암사

서기 418년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신라에 건너와 창건한 직지사(直指寺). 오랜 세월만큼이나 관련된 전설도 많다. 보물 제 606호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보물 670호 대웅전 후불탱화 등 불교 유물도 많지만 절 안에 자리한 오래된 나무들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직지사와 김천시는 단체 여행객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포도송편 시식과 연등 만들기 체험이 바로 그것. 사찰 방문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연등을 만들며 포도즙이 함유된 송편 먹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체 관광객 전용 프로그램으로 사전에 관련 행사를 진행하는 여행사를 통해야 체험 가능하다. 절터 한 곳 잔디밭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연등을 만드는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 특히 손수 만든 연등을 손에 들고 스님을 따라 탑을 돌며 소원을 비는 탑돌이는 아이들에게 종교를 초월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직지사는 그 오랜 세월만큼이나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사전에 관련 서적 및 안내 자료를 숙지하면 한 층 의미 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청암사(靑巖寺)는 규모나 인지도 면에서 직지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을 뽐내는 사찰이다. 김천시 증산면 수도산에 자리 잡고 있으며 859년 도선국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차례 소실을 거쳐 지난 1987년 승가대학이 설립된 이후 새로운 전각들이 세워져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청암사는 비구니 스님들이 도량하는 곳으로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을 뽐낸다. 청암은 ‘푸른 바위’란 뜻으로 일년내 바위에 이끼가 끼어 있다고 해서 청암사란 명칭을 얻게 됐다. 물이 맑은 것으로 특히 유명한데 청암사 주위 계속에 물이 흐르는 소리는 심신을 평온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직지사와 청암사 모두 주말이면 인근 주민들에게 사찰을 개방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 세상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다. 특히 최근 낯선 한국 땅에서 가족의 연을 맺고 새로운 인생을 꾸려가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점에 눈길이 쏠렸다. 두 사찰의 주말 프로그램은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니 자녀들에게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사랑을 배우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도 좋겠다.

지례흙돼지구이와 산채정식

김천을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지례흙돼지 농장’이란 간판을 내건 곳을 볼 수 있다. 지례흙돼지는 김천 지례면 일원에서 기르던 집돼지로 최근 유전자 복원을 통해 지역특산물로 양성하고 있다. 가격은 1인분에 6천원 가량이며 육질이 쫄깃한 것이 특징이다.

직지사 입구를 중심으로 식당이 밀집해 먹자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가게 입구마다 연탄불에 돼지불고기와 각 종 전을 부쳐 정겨운 풍경을 자아낸다. 돼지고기와 조기구이에 반찬 십수가지가 더해지는 산채정식은 어느 고장 상차림 못지않게 풍성하다. 가격은 1인당 1만3천원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