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01호]2007-03-15 09:28

김태삼 (주)푸른여행사 대표
트레킹과 여행(20) 낭만과 모험의 공존, 코타키나발루(中) 코타키나바루 공항은 여전히 무더웠고 3월이라 그런지 더 건조했다. 현지 한국인 가이드는 검게 그을린 피부로 시골의 농촌 총각 같은 인상을 가졌다. 대부분 검은 피부가 왠지 안쓰럽다. 썬크림도 바르거나 모자를 쓰는 등 관리를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것도 여기 와서 한두 달이지 지나면 이내 포기하곤 그냥 다닌단다. 그도 그럴 것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얼굴이 검게 그을리니 모자를 쓰고 썬크림을 바르라고 하면 좀 이상할 것도 같다. 코타키나바루에서 가이드를 하는 한국인은 대략 80명 정도에 이른다. 그중 키나발루산을 인솔할 수 있는 가이드는 5~6명 정도. 등산을 좋아하는 그들의 수익은 일반관광에 비해 쇼핑이 없기 때문에 턱없이 모자르다. 쇼핑이 없는 가이드? 쇼핑과 여행?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쇼핑에 대해서는 기회가 되면 다시 언급하겠다. 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코타키나바루로 들어가는 항공기는 대한항공, 아시아나, 말레이시아항공이 있다. 세 항공사 모두 직항이다. 키나발루산 등반팀은 말레이시아항공을, 일반여행팀은 대부분 국적기를 이용한다. 항공기 가격은 말레이시아항공이 5만원 정도 저렴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등산팀이 좀더 저렴한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산행 스케줄 때문이다. 키나발루산 산행을 하려면 그날 키나발루산 입구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 말레이시아항공은 오후 4시 정도에 도착하니 3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산행 입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밤비행기인 국적기는 밤 23시가 넘어 도착하니 생뚱맞다. 새벽 시내 호텔에서 자더라도 산행 입구에 도착하려면 잠도 못자고 새벽 일찍 출발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산행팀들은 말레이시아항공을 이용한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이런 현실을 세일즈에 반영해 스케줄을 낮비행기로 교체한다면 당연히 우리 같은 트레킹여행사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 맞춰 판매할 것이다. 공항에서 검게 그을린 현지가이드의 정겨운 멘트를 벗 삼아 키나발루 국립공원으로 향한다. 바닷가 마을인 코타에서 키나발루산의 입구까지 들어가려니 사람도 버스도 힘들어한다. 3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1천8백m의 표고를 끌어올린다. 약한 사람들은 머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시원한 계곡 소리가 들리는 원시림의 자연 메실라우에서 첫날을 보내게 된다. 이틀째 아침을 먹고 산행 입구 게이트에서 가이드, 포터를 섭외하고 입산신고를 마친다. 오늘의 목적지인 라반라타 산장까지는 꽤 힘든 일정이라 손님들에게 포터에게 짐을 맡길 것을 권한다. 저울에 일일이 무게를 재며 체크하는 모습의 포터에서 삶의 생생함을 느낀다. 손님들은 개나리 봇짐에, 포터(현지인)는 30kg이 족히 넘는 짐을 들고 산을 오른다. 그 뒷모습은 측은함이 드나 이들에게는 그 짐이 생활비, 혹은 고객으로 다가온다. 울창한 수풀과 계곡을 지나 라양라얏 휴게소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는다. 피곤한 몸과 땀냄새를 가지고 내내 고생해야 하는 트레킹여행에 누가 돈 주고 가느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산을 좋아해 기다리고 기다리던 휴가를 이곳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코타키나바루 시내의 한식집에서 올린 한식 도시락을 먹으며 현지 한국인 가이드와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힘든 산행 일정일랑은 그만두고 일반 휴양관광팀 받으면 쇼핑도 있고 수월할텐데 왜 산에 오르냐고 내가 무안을 준다. 그러면 그는 사장님은 왜 한국에서 세일즈나 회사 경영이나 하지 이렇게 힘든 산행인솔자로 왜 오냐고 되묻는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며 오늘 목적지인 라반라타 산장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greentour@greentour.co.kr